지난 5월 폐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수술할 시기는 지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항암제라고 하는 화학요법 시작했습니다. 고통스럽다는 표현은 너무 약하더군요. "아,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저는 너무 건강했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건강만큼은 자신있었죠. 지칠줄 모르는 체력에 근육이 가득한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암이라는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고통스러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 종괴는 조금씩 커졌습니다. 지금은 임상실험중에 있는 약을 먹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진통제를 주는 것 외에는 제게 별로 해줄 게 없는 모양입니다.
처음 진단받았을 때 의사가 "치료에 반응이 없으면 6개월 정도 남았다"고 하더군요. 이제 준비해야 할 시간이 온 셈입니다. 조금씩 조금씩 정리를 해왔습니다. 제 나이 서른일곱인데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아, 이제 얼마남지 않았구나 하고서 바라 본 세상에는 사랑해야 할 많은 사람과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 그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바보였죠. 헛똑똑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너무 아까웠지만 뭘 해야할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 채 허둥대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운동능력도 거의 상실하여 움직이는 것이 힘듭니다.
그러나 아직 꼭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12.19일 노무현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일 말입니다. 제가 가고 난 후에도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길 빕니다. 혹, 제 표를 받지 못하게 된다 해도 꼭 승리해야 합니다.
바보같은 사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정치인 노무현. 더러운 정치자금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지역과 학연의 굴레에서 벗어나 지긋지긋한 연고주의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나아가 이 모두를 정치구조 안에서 가능케하는 진보정당마저도 당신에게 기대합니다.
노무현 후보, 당신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그러나 제게는 다른 희망을 가질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에 의해 바뀔 세상을 보지 못할 것 같아 몹시 안타깝습니다.
힘내세요. 노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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