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히 축구를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의 국가대항 경기가 있으면 꼭 이기기를 바라면서 응원하는 정도였다.
월드컵 3, 4위전 붉은악마의 카드섹션대로 K리그를 일부러 찾는 정도의 실천은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열성적인 축구팬들이라면 월드컵이나 국가대항전 같은 경기나 관심을 기울이는 나같은 얼치기 축구팬을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포츠행정이나, 언론쪽에는 관심이 있어서 우리나라의 축구계와 이를 보도하는 언론에 문제가 많이 있었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영웅으로 대접했던 히딩크는 바로 4년전 프랑스월드컵때 우리에게 참패를 안겨준 네델란드 감독이었다. 그 당시 역대 최약체라는 국가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도 쓰라린 패배로 온갖 비난을 감수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차범근이다. 정확히 4년후 히딩크는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축구계의 문제를 뒤로하고 성공하였으니 그것은 그가 외국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차범근은 그랬다. 우리 축구계의 고질병을 하나하나 고쳐가기를 힘쓰는 전사였고, 한편으론 유소년 축구교실을 처음으로 활성화한 장본인이었다. 차범근 개인에 대한 평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는 진정으로 한국축구를 사랑하고 발전을 위해 힘쓴 사람이었다. 나는 그당시 차범근이 언론과 축구계로부터 왕따와 온갖 비난을 받으며 쓸쓸히 고국을 떠나던 모습을 기억한다.
그때 어떤 축구팬이 그랬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차범근 같은 축구영웅을 갖을 자격이 없다고...4년후 우리는 어느 이방인을 영웅으로 받들고 있었다. 히딩크의 가치가 돋보이는 것은 그가 4강이라는 신화를 창조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축구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정면으로 맞섰다는데 있다.
때아닌 축구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는 한국축구의 문제점, 그것과 너무도 닮은꼴이다. 흡사 같은옷 입힌 일란성 쌍둥이를 대면하는 당혹감이라고나 할까. 자...이제 12월이면 대통령 선거가 있다. 나는 우리국민들이 노무현 비스므리한 정치인 서넛을 두고 나의 이해관계를 위해서는 누구를 지지하는 것이 유리한것인가 하고 고민하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노무현이라는 유일하고도 걸출한 정치적 상품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를 짓이기다 못해 폐기처분하려 하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우리의 유일한 선택권을 박탈하려 하는것인가. 우리나라 축구계가 차범근이라는 축구영웅을 갖을 자격이 없다는 어느 축구팬의 자조섞인 실망처럼 우리국민들은 노무현이란 정치인을 소유할 자격이 정녕 없다는 말인가. 아니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차범근이 쓸쓸히 고국을 떠났을때, 그러나 그의 가슴에는 한국축구의 장래만이 있었던 것처럼, 역사의 거스림을 애타게 바라보며 뒤돌아설 노무현을 보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것은 곧 우리국민의 불행, 앞으로 이땅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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