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고 있는 전라도 출신의 386입니다.
오마이뉴스 생방송을 보면서 내 고향 광주가 어떤 선택을 할건지,
가슴 졸이며 보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대학을 갈때, 어머니는 그러셨습니다.
절대로 전라도 사람 욕먹을 짓은 하지 말라고...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자신이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이 이유없이 기가 죽고, 부끄러웠습니다.
친구들이 내가 전라도 출신인지 모르고, 전라도 사람들을 욕할때면,
울컥 치밀어 오르는 분노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꾹 참았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나는 죄인이었습니다. 전라도에서 또 몰표가 나왔어.
양심도 없고, 무식한 것들...하는 말을 들을 때면
"그건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이전에
이미 꽉 닫혀버린 친구들의 마음을 읽고 어머니의 말을 상기시키곤 했습니다.
"아야.. 서울가면 절대로 전라도 사람 욕먹일 짓 말아라...
무조건 그래야 해야.. 알겄냐?"
그랬습니다.
까까머리 중학교 때 겪었던 80년 광주의 민주화 항쟁을 증명할 수도 있었던 내가
누구 한사람 에게도 떳떳하게 나 전라도 사람입니다.
말한번 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미국으로 건너온지 2달 지나서, 노무현이 부산에서 낙선하던 날,
"더 이상 민주주의는 없다"라고 단정짓기 까지 했습니다.
울분의 장문의 편지를 노무현고문에게 보냈을 때, 그는 이렇게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잘 될거라고... 반드시 민주주의는 승리할 거라고..."
오히려 그는 상심한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노무현은 재기할 수 없을 것 같아보였고, 한국에서 지역감정은
도저히 뿌리뽑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잊었습니다.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가 전라도 사람인 것도, 한국의 정치상황도, 아니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 마저도.
그리고,
오늘 선거마저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만 노무현이 얻는다면,
그래서 전라도 깽깽이들이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몰아주었던 몰표들이
진정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었다는 것만 조금만 흔적이 남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오늘 난 이 엄청난 결과를 보고 울고 또 울었습니다.
내 고향이 아니 내 조국이 이제 지역감정의 악몽에서 깨어나는구나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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