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노무현에게 정기 자금을 기부했다.
그런데 난 노무현의 정치 노선에 찬성하지도, 이번 대선에서 그에게 투표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번 대선에서 투표 할 사람을 정해놓았었고, 나의 정치적 노선은 노무현이 아닌 내가 투표 할 그 후보와 같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노무현에게 정치 자금을 기부했는가?
내가 그에게 기부한 것은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통령 선거 자금으로 보낸 것이 아니다. 내가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하나의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그는 원칙대로 살아남기 힘든 한국 사회에서, 아니 일반 사회보다 더 힘든 정치판에서, 자신이 세운 원칙(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런 원칙)을 지키고 살아가는 정말 고마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그간의 숱한 유혹을 물리치고, 특히 올해 초부터는 엄청나게 몰아쳤던 유혹들을 물리치고, 지금도 자신이 세운 원칙대로 살아가는 게 너무 고마웠기 때문이다.
난 그제 어떤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상소리"에 가까운 비난의 글을 올렸다. 이전부터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들었던 그에 대한 얘기가 세간의 평가(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와는 달랐기 때문에, 또 그가 행하는 행위들에서 속셈이 훤히 드러나 보였기 때문에, 이전에도 난 그를 좋아하지도, 기대하지도 않았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을 올렸던 것은, 그에게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사람 더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은 정치적인 노선이라든가 개인의 소신을 거론할 필요도 없는, 최소한의 양심을 말한다.
오늘, 정치 자금 기부에다 이 게시판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노무현에게 (당신의 정치적 노선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삶을 존경하는 사람이 한사람 더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서이다. 당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바뀔 게 크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비열한 방법으로 버티는 한국의 정치판에 당신이 계속 버텨주기를 바란다.
난 오늘 노무현에게 정기 자금을 기부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기부 금액이 보잘것없이 적어 보일지 모르지만, 난 오늘 그 돈을 기부해서 참 행복하다. 노무현이 정치를 해서 참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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