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출신 두 자매가 단칸방에 살고 있습니다. (원룸=단칸방)^^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저녁에 마주앉아 서로 얼굴을 찌뿌리기 일수입니다.
언니는 어릴적 선생님들이 싫어하는 이상한 일들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상한 문집도 만들고, 이상한 연극도 하고, 대학생 언니 오빠들의 이상한 노래도 듣고,
최루탄 뿌연 하늘을 보면서 이상한 눈물도 흘리고...
그 언니는 한 아저씨를 TV속에서 만났습니다.
9시에 뜨는 달, 대머리 아저씨 친구들이 혼쭐이 나도록 큰소리치는
그 아저씨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눈감고 귀막고 두 손조차 꽁꽁 묶은채 먹고 자고 놀고,
앞으로도 잘먹고 잘살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느라
그 이상했던 행동들도, 그 목소리크던 아저씨도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동생은 여느 범생이들처럼 조용조용 살았습니다.
조신하게 공부하고, 좋은학교에 입학하고, 큰 사고 한번 치지 않고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정치관련 공부를 했지만 정치에는 전혀 관심없고,
뉴스에 나오지 않는 정치꾼 아저씨들은 누가 누군지도 절대 모르고...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말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노무현아자씨 봤다.
언니가 물었습니다.
어떻던데?
좀 안되보이더라.
다음에 또 마주치면 인사라도 해라...
쑥스럽게...
며칠뒤 그 아저씨 이리저리 얻은 상처가 곪아가고 있을 때 동생이 또 말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노무현아자씨 만났다. 악수했다.
어떻던데?
손으로 울더라, 손이 너무 축축하더라...안쓰럽더라...속으로 아자씨 화이팅! 힘내세요. 했다.
손으로 눈물을 흘리는 그 아저씨.
어느새 자매는 그아저씨를 동시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 쟁탈전 벌이지 않고 사이좋게 매일밤 그 아저씨 동영상을 나눠보고,
그아저씨의 친구들이 올린 글을 읽으며,
그아저씨를 위한 돼지 저금통을 채우고,
앗싸~~아저씨를 외치며 카드까지 긁어버리고,
웃고 울며 긴밤 토론을 합니다.
언니는 이제 행복합니다.
잊고 지냈던 이상한 행동들의 근원을 다시 찾을 수 있었기에,
다시한번 내 주변을 되돌아볼 계기가 되었기에,
그리고...
우리 자매가 더이상 찌뿌리지 않고 공유할 수 있는 웃음과 눈물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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