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외교분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관련자료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는, 외교업무를 전문업으로 삼고있는 소위 전문가 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노 무현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로서 주변 사람들이 우리의 망국적 지역감정해소와 정치판의 본질적인 변화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것을 보고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노후보가 이번에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지금 안팎으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햇볕정책의 계승과 그 햇볕정책의 성공적 보완 발전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려 있는 너무나도 중차대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회창 후보측에서 노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를 대비해 노 후보의 약점을 공격할 것이고 그 중의 하나가 노 후보가 외교분야에서의 경륜이 약하다는 것을 지적할 것입니다.그것을 대비해 주변 4강외교를 한답시고 열심히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깊은 생각이 없는 대중들은 이러한 지적에 아마 고개를 끄덕거리는 사람도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문가입장에서 보았을 때 참으로 웃기는 소리입니다. 아니 기가막히는 소리입니다.
제가 노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가장 큰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도 노 후보가 우리의 외교정책의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는 햇볕정책을 성공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최적임자이기 때문입니다. 햇볕정책의 진정한 의미와 그 역사적 정당성에 대해서 가장 깊은 이해와 안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햇볕정책은 냉전시대 이후 미국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여 왔던 우리의 외교행태를 벗어나 우리 외교가 독자적으로 숨쉴 아주 작은 공간을 아주 힘겹게 마련해 놓은 것으로 이해하면 됩니다.사실 정권의 정통성이 약했던 지난 박 정희, 전두환, 노 태우 정권 시절에는 "외교"라는 것이 실질적인 의미에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열심히 유신독재의 정당성과 광주 민주화운동의 부당성을 국무성과 정계인사들을 접촉해 홍보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우리의 국익을 유지, 증진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외교의 본령이 정당하지 못한 정권홍보의 첨병역할을 한것이 불과 얼마전까지 우리 외교의 비참했던 현실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 외교의 행태가 본질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극복해야 할 엄청나게 거센 외교적 도전이 바로 우리 눈앞에 놓여있습니다. 다자외교시대를 개막한 우리의 유엔가입, 무한경쟁시대를 상징하는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선진국체제에 본격 편입된 OECD 가입등으로 우리 외교는 새로운 도전의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국가적 위기가 초래될 것입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수구세력들의 교묘한 저항은 외교분야에서도 전혀 예외가 아닙니다.외교라는 아주 특수한 공적분야의 성격상 그 실체가 일반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뿐입니다.
이러한 국가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외교가 지금 중심을 못잡고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지금 그 중심을 바로 잡을 사람은 아무리 보아도 노 무현 후보밖에 없고 저는 노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별력과 판단력 그리고 전체를 볼 수있는 균형감각입니다.저는 노 후보에게서 너무나 확실하게 이러한 능력을 확인하고 안심이 됩니다. 이 회창 후보처럼 뻔질나게 주변 4강을 왔다갔다하면서 아무런 실익도 없이 국내홍보용으로 사진만 찍고 오는, 겉치레만을 중시하는 외교 행태는 이제는 더 이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힘을 바탕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최우선적으로 무리하게 추구하는 부시행정부와 힘겹게 협상해야 하는 어려움에 더하여 설상가상으로 안에서는 수구언론세력과 일부 곡학아세하는 수구 외교전문가 집단이 힘을 합쳐 국민들을 잘못된 방향으로 오도함으로써 햇볕정책의 모멘텀을 상당부분 잃어버리게 하는데 까지는 그들이 성공하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됩니다. 우리 모두의 생존이 달려있는 절박한 순간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이제 금년도 하반기부터 북한의 핵무기문제로 또 한차례의 엄청난 위기상황이 들이닥칠 것입니다. 결코 그것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야 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라도 우리가 중심을 잘 잡고 흔들리지 않고 내부역량을 지혜롭게 결집하면 분명히 해결책은 있습니다. 노 후보에게서 그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누가 이야기했던대로 정 형근 국정원장, 조 갑제 통일부장관 , 김 용갑 국방부장관의 탄생은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해서, 왜 소수 몇몇 사람의 냉전 기득권세력을 위해서 민족전체의 생존권을 담보로 잡히는 모험을 감수해야만 합니까?
지역감정해소도 좋고 정치판 개혁도 반드시 이루어내야할 우리의 시대적, 역사적 과제이지만 당장 우리 모두의 생존문제가 달려있는 통일외교문제때문에 저는 노 후보를 지지합니다.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회창 후보의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후배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얄팍한 연고주의때문에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 민족을 전쟁가능성 앞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것을 도저히 지켜볼 수 없었습니다.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 후보를 누구보다도 강력하게 지지합니다.
|